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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따라가는 구글, ‘트리플 펀치’ 맞은 삼성 스마트폰 [최원석의 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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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8-05 16:50 조회 1,85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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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오늘 이야기는 지난 2일 구글이 독자개발 칩을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밝힌 것이 몰고 올 파장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한국의 모바일·자동차 업계, 특히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삼성전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에 그동안 존재감도 없던 구글이 신제품 하나 내놓는게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구글의 신형 스마트폰 발표는 지난 10년간 관련 업계에 나온 뉴스 중 가장 핫한 것일지 모릅니다. 구글이 소비자용 제품(자사 스마트폰 ‘픽셀’)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칩을 처음으로 탑재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AI·머신러닝 효율을 높이기 위해 5년 넘게 서버용 칩(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만들어 오긴 했지만, 휴대폰에 독자 칩을 만들어 넣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게 놀라운 이유는, 애플과 달리 ‘개방형 생태계 전략’을 취해 왔던 구글이 애플과 비슷한 길(애플만큼은 아니지만 애플과 비슷한 폐쇄적 생태계 전략)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세상은 2007년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운영체제는 iOS)을 내놓고, 이듬해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로 반격하면서 만들어졌지요. 그리고 줄곧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이렇게 두 진영이 업계를 이끌어 왔습니다.

구글이 올 가을 출시하는 스마트폰 '픽셀 6'와 '6 프로'. 기존에 썼던 퀄컴 칩 대신, 최초로 구글 자체 개발 칩 '텐서'를 탑재한다. /구글

그런데 두 진영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애플은 폐쇄적 생태계입니다. 독자 운영체제(iOS 등)와 독자 플랫폼(앱스토어 등)을 갖고 있고요. 그 OS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자사 제품군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사 제품군에 탑재되는 SoC(System on Chip·하나의 칩에 통합제어 시스템을 얹은 것)도 내재화하고 있죠. OS·플랫폼·칩(반도체)·최종제품을 전부 장악하고 있어서, 관련된 기술·영업비밀의 핵심을 모두 회사 내부에 꽁꽁 숨겨 놓고 있죠. 이렇게 함으로써 애플은 서비스·제품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구글은 다르죠. 운영체제(안드로이드)와 플랫폼(플레이스토어, 유튜브, 각종 구글 서비스 등)은 있지만 자체 칩은 없었고, 최종제품(픽셀 폰 등)을 팔긴 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이 1%도 안될만큼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구글, 신형 스마트폰 ‘픽셀 6’에 자체개발 칩 ‘텐서’ 첫 탑재
그런데 말입니다. 구글이 지난 2일 자사 최초의 독자개발 스마트폰용 반도체 ‘텐서(Tensor)’를 탑재한 신형 폰 ‘픽셀6’와 ‘픽셀6 프로’를 올 가을 내놓는다고 밝힌 겁니다. 그동안 구글 자체 스마트폰인 픽셀 시리즈는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설계 전문업체)인 미국 퀄컴의 칩을 썼습니다. 그런데 외부 회사(퀄컴) 것을 버리고 자체 개발한 반도체(텐서)를 쓰기로 한 거죠.(그럼 퀄컴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건 나중에 또 얘기하겠습니다.)

구글이 칩을 자체 개발함에 따라, 애플처럼 OS·플랫폼·칩·최종제품을 모두 장악하게 됐습니다. 물론 구글이 자체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다른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개방적 생태계로 만들어 업계의 지지를 얻은 것과는 정반대의 일인 셈이죠.

하지만 구글은 이런 부담을 안더라도, 독자칩을 얹은 자사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장악해 볼 셈인 것 같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됩니다.

첫번째는 그래도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까지 이전 1년간의 세계 모바일기기 OS 점유율을 보면, 안드로이드가 72.2%로 여전히 iOS를 압도하긴 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안드로이드는 2.2%포인트 줄었고, iOS는 27.0%로 2.0%포인트 늘었습니다. 이유는 애플(iOS)이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제3의 OS로 갈아탔기 때문이 아니었죠. 이들은 달리 갈 데도 없거든요.

이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제품이 주는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구글도 애플처럼 자체 반도체까지 만들어서, 즉 소프트·하드웨어 통합 생태계로 제품·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형태로 애플을 공략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중국이 최근에 화웨이가 만든 OS ‘하모니’를 전격 보급하려고는 하고 있지만, 이건 미·중 충돌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구글이 독자칩 스마트폰을 만들든 안만들든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요. 오히려 중국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면, 더더욱 구글이 직접 뛰어들어서라도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지 모르죠.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잘 유지돼야 구글의 다음 그림이 될 수도 있는 ‘모빌리티 생태계로의 확장’도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요.

◇구글, 소프트·하드웨어 통합으로 경쟁력 높이는 애플 전략 벤치마킹
구글로선 더 늦기 전에 애플 전략을 따라가는게 맞을 것 같긴 한데,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마음에 걸리겠지요. 하지만 삼성전자에 다른 형태의 이익을 줌으로써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고 봤을지 모릅니다. 그게 무엇이었을지는 이 글 말미에 다루겠습니다.

두번째는 그래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보다 더 중요하고 훨씬 근본적이며, 구글의 지속성장을 위해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죠.

구글이 애플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나아가 애플을 이기려면 말입니다. 독자칩 개발이 반드시 필요했고, 또 이를 기반으로 한 자사 스마트폰을 더 많이 더 빨리 보급하는 게 꼭 필요했다는 겁니다. 구글의 릭 오스테로(Rick Osterloh) 디바이스·서비스 담당 수석부사장 얘기를 통해 설명해 볼게요. 오스테로 수석부사장은 지난 2일 자체칩 탑재 스마트폰 발표 이후 여러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구글 디바이스·서비스 부분의 역할은 이용자에게 최상의 ‘구글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이용자를 돕는 ‘앰비언트 컴퓨팅’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있는데, 이를 실현하려면 뛰어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그리고 하드웨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그래서 구글은 자체 스마트폰 보급을 확대하려고 한다.)

안드로이드폰만 만드는게 아니라, 그 폰에 들어가는 반도체까지 스스로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AI로 인해 새로운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하드웨어까지 장악하지 않으면 비즈니스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 먼저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인)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개발해 구글 서비스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고객들이 쓸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전용 반도체 ‘텐서’는 이 연장선 위에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에서도 AI를 사용해 이용자가 더 나은 체험을 얻을 수 있게 해 왔지만,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이에 걸맞는 고성능의 반도체가 절실히 필요하게 됐다. (범용으로 쓸 수 밖에 없는) 기성품(이를테면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으로는 이런 요구를 맞출 수 없다고 봤고, 그래서 약 4년 전에 텐서 개발에 착수했고 이번 신형 스마트폰에 처음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매우 중요하다. (구글 픽셀 폰의 강화로 인해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다른 업체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매우 큰 반면, 구글이 노리는 영역은 비교적 작고, 참가하고 있는 시장도 한정적이다. 다만 앞으로 사업 규모를 지금보다 더 키울 것인데,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업체들에 기술혁신 방향을 제시한다면, 그들의 성장 여지를 넓히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구글로서는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 즉 소비자가 스마트폰에서 기대하는 서비스의 수준을 더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게 필연이었던 겁니다. 오스테로 수석부사장은 “미래의 컴퓨터는 과거와 전혀 다른 이질적인 컴퓨터가 될 것”이라면서 “무어의 법칙이 끝날(반도체 미세화공정 즉 단위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쌓는 것이 한계에 도달할) 경우, 우리가 쓰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칩은 종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돼야 할 것”이라고 말해 왔지요. 즉 구글이 원하는 AI 처리 능력을 기존의 물리적 방식의 컴퓨팅 파워가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칩을 새로 설계해 나간다는 의미입니다.

구글 최초의 자체 개발 스마트폰용 칩 '텐서' /구글

◇애플의 OS·플랫폼·칩·제품 통합 경쟁력에 맞서려면, 구글도 자체 칩 개발 필수
구글은 자사 최초의 스마트폰용 반도체(텐서)의 AI와 머신러닝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고 밝혔는데요. 그래서 뭐가 좋아졌다는 걸까요? 일단 카메라와 음성인식, 번역 등의 기능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먼저 카메라를 예로 들어볼게요. 카메라 성능은 하이엔드 스마트폰 경쟁력의 핵심이죠. 아이폰12의 사진이 더 잘 나오냐, 갤럭시 S21의 사진이 더 잘 나오냐가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스마트폰 업체들은 카메라의 이미지센서 크기를 조금이라도 더 키우고, AI를 적극 활용해 더 예쁜 사진, 소비자들이 더 좋아할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종합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는 구글 자체 폰이 최신 아이폰·갤럭시만큼의 사진 품질이나 완성도, 만족감을 소비자에게 주지 못했기 때문에 외면 받은 측면도 있었죠.

그러나 구글은 “올 가을 나올 신제품에 처음 탑재한 자체 반도체와 AI 기술의 연동을 통해 놀라운 사진 품질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텐서의 높은 처리능력을 활용해 음성 번역 등을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데이터센터에 정보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호의 흐름에도 맞고 그만큼 속도도 빨라지겠죠. 디자인적으로도 뒷면에 글래스를 채용하는 등 고급감을 높여 하이엔드급 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현재로선 어디까지나 구글의 ‘주장’입니다. 구글 픽셀폰이 나온지 꽤 됐는데도 세계시장 점유율이 1% 이하인 것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만큼의 매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올 가을 내놓는 신제품도 구글의 주장만큼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보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구글의 강력한 AI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설계한 칩 등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준다면, 모바일폰은 물론, 이후 IT 기기, 혹은 전기 자율주행차 시장으로까지 연결되는 큰 그림을 그려 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최근 구글이 모바일 시장에서 보이는 행보는 애플의 전략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에 이어 컴퓨터용까지 모두 자체 칩으로 바꿨고, 또 OS와 플랫폼만 장악한 게 아니라 중요 서비스를 직접 제공해 소비자를 더 끌어들이고 수익을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헬스 분야이고요. 모바일 분야에서 애플 생태계의 확장은 결국 이 생태계에 자동차(이른바 애플카)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겠지요.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이 자신들의 제국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테슬라가 OS부터 플랫폼·반도체·최종제품(전기차)까지 전부 자체적으로 개발·보유하는 전략으로 모빌리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서, 이런 전략을 외면하고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특히 애플의 경우 최근 맥북·아이맥·아이패드 등에 탑재하기 시작한 자체개발 칩(M1)에 이어, 초광대역무선통신(UWB) 칩(U1)을 탑재한 제품인 ‘에어태그’를 보급시키는 중이데요. 겉보기엔 ‘내 물품 찾기’ 기능 위주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IoT시대, 앰비언트 컴퓨팅 시대,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를 준비한 애플의 큰 그림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에어태그’가 애플카로 가는 열쇠인 5가지 이유 [최원석의 디코드]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11096

따라서 구글이 자사의 신형 폰에 탑재할 자체개발 칩(텐서)은 ‘애플 실리콘’을 복제한, 즉 구글판 ‘애플 실리콘 전략’의 시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글은 이미 OS·플랫폼·클라우드·반도체·최종제품(픽셀폰) 등을 모두 갖추고 있지요. 올 가을 나올 픽셀6, 6프로는 차기 OS인 안드로이드 12를 탑재할 텐데요. 안드로이드 12부터는 최신 애플 제품과 에어태그의 연동처럼 UWB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위치 파악과 인식 등이 본격화될 예정입니다.

구글은 이미 ‘애플 카플레이’처럼 ‘안드로이드 오토’, 즉 모바일용 안드로이드 OS의 차량용 확장판을 대부분의 신차에 탑재해 나가고 있죠. 게다가 자율주행기술(구글 웨이모)과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서비스) 확장에, 각각 매년 조 단위 적자를 내면서도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돈을 벌긴커녕 돈 먹는 하마인 상황인데, 구글은 왜 자율주행·클라우드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을까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인터뷰에 따르면 “선행투자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구글로선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라, 앞으로 훨씬 더 큰 비즈니스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미리 씨를 뿌려놓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애플이 최근 매킨토시 컴퓨터용 등으로 내놓은 독자칩 M1을 뜯어본 전문가들은 이 칩의 개발 방향이 자율주행차를 향해 있다고 말합니다. 이 칩을 그대로 쓰는 것은 아니지만, 자율주행 전기차, 혹은 스마트폰처럼 무선 업데이트로 서비스를 추가하고 개선하는 스마트카에 장착하는 것까지 염두에 둔 칩이라는 것이지요.

구글 최초의 자체개발 스마트폰용 SoC인 텐서도 어떤 형태로든 구글 크롬북, 또는 웨어러블, 스마트홈 기기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있고요. 이것이 미래의 구글카에 장착될 칩과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애플이 모바일에서 구축한 소프트·하드웨어 생태계를 모빌리티까지 이어가려고 하듯, 구글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구글이 가진 비장의 무기는 ‘양자 컴퓨팅’
그리고 구글에는 애플에 비해 우위인 ‘비장의 무기’가 있는데요. 바로 양자 컴퓨팅입니다. ‘양자 역학’이라는 원자 레벨 이하 세계의 특수한 물리법칙을 이용해 계산을 하는 기술인데요. 양자란 매우 작은 물질이나 에너지의 단위입니다. 전자, 빛의 최소 단위인 광자 등이 있습니다. 양자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양상을 보이는데, 그 성질을 활용해 컴퓨팅 분야에서 획기적 성과를 내는 것이 바로 양자 컴퓨팅입니다.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집단이 바로 구글입니다. 구글은 2019년 최첨단 슈퍼컴퓨터로도 푸는 데 1만 년이 걸린다는 문제를 3분 20초 만에 풀어냈습니다. 이듬해엔 중국과학기술대도 비슷한 성과를 발표하는 등 미국·중국을 축으로 경쟁이 치열하지요. 도청당할 우려가 없는 암호통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기 위치를 알 수 있는 센서 등도 양자컴퓨팅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합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지난 5월 말 구글 개발자 행사에서 “양자 컴퓨터를 외부 기업·단체에 빌려주는 서비스를 5년 이내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지요. 피차이 CEO는 “현재의 컴퓨터로는 복잡한 문제를 푸는 것이 훨씬 어려워지고 있으며 양자 컴퓨터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새로운 연구 개발 거점을 열고, 실용화에 남은 과제 해결을 2029년까지 마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연결해 보면, 구글이 OS·플랫폼·칩·최종제품을 모두 장악한데 이어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경망학습을 통해 더 뛰어난 알고리즘을 가진 서비스를 속속 내놓을 가능성이 있고요. 양자컴퓨팅 기술이 구글의 이런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구글 독자칩을 탑재한 자체 스마트폰을 대량 보급한 이후, 즉 모바일 시장에서 소프트·하드 양쪽을 장악한 이후, 모빌리티로까지 구글 생태계를 확장하는 길을 열어줄지도 모릅니다.

◇애플·샤오미에 양쪽으로 낀 삼성, 구글까지 프리미엄폰 공략하면서 ‘트리플 펀치’ 맞아
구글이 올 가을 내놓는다는 신형 스마트폰이 가져올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이고요.

그럼 이 글 제목의 뒷부분인 ‘트리플 펀치 맞은 삼성 스마트폰’의 위기와 기회에 대해 덧붙여 보겠습니다.

트리플 펀치라는 것은 이렇습니다. 삼성이 올해 1분기에도 대수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점유율 2위인 애플이 하이엔드 시장을 중심으로 삼성을 누르고 있고요. 중저가 시장에선 점유율 3위인 샤오미가 삼성을 무섭게 치고올라오는 등 ‘더블펀치’를 맞고 있는 상황이죠. 올해 2분기 유럽에선 샤오미 점유율이 25.3%, 삼성이 24.0%로 샤오미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샤오미는 67.1%, 삼성은 -7.0%였습니다.

이런 샌드위치 상황에서 (자체 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존재감이 없었던), 구글마저 OS 제공자에 그치지 않고 삼성 스마트폰의 플래그십·고수익 모델 시장을 겨누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로 구글은 올 가을 내놓는 픽셀6, 6프로가 아이폰·갤럭시와 겨룰 프리미엄(Ultra High End)폰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단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에는 큰 위협입니다. 특히 삼성의 최신 플래그십인 갤럭시S21 시리즈를 보면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스마트폰에 요구되는 성능은 끝도 없이 높아지는 반면, 그 기능을 수행할 칩의 성능 향상이나 제품 최적화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삼성 스마트폰에 단기적으론 위기... 구글의 파운드리 물량 확보하고 모빌리티까지 협업 이어가면 전망 밝을 수도
예단하긴 어렵지만, 최신 안드로이드폰의 성능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는 것은 범용으로 써야 하는 퀄컴 칩 등의 한계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삼성의 경우, 그러면 스마트폰용 자체 칩인 ‘엑시노스’가 탁월한 성능을 내줘야 하는데요. 삼성폰의 운영체제·서비스플랫폼은 구글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최적화한 고성능 칩을 개발하는데 제약이 따를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OS의 주인인 구글도 수직통합체제를 완성한 애플에 맞서기 위해 자체 칩을 만들고, 고도의 AI기술, 나아가 양자컴퓨팅 기술까지도 투입하고 있는데요. 삼성으로서는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애플과 중국폰에 끼인 삼성의 위기 [최원석의 디코드]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99503

그래서인지 삼성은 최근 폴더플폰 등 물리적으로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도 보이는데요. 글쎄요. 삼성 스마트폰에 어느 정도 매력을 더할 수는 있겠지만, 애플의 하드·소프트웨어 통합 생태계, 구글의 애플 유사 모델 구축에 양자 컴퓨팅까지 더한 추격 전략에 비해 전망이 마냥 밝아 보이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은 구글 자체 칩 탑재 스마트폰 이후의 세상에서 어떻게 자기 영역을 지켜나가고 또 성장할 수 있을까요?

긍정적인 소식은 구글의 신형폰 픽셀6부터 들어가는 구글 자체 칩(텐서)의 수탁생산(파운드리)을 삼성이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미국 언론에서 언급하는 루머 등에 따르면, 삼성이 구글의 스마트폰용 독자칩 설계와 관련해 많은 협업을 했고 수탁생산까지 삼성이 맡는다는 겁니다.

텐서의 설계는 구글이 독자적으로 했지만, 텐서는 단일 칩이 아니라 SoC(System on Chip)죠. 구글이 전부 설계하진 못했을 겁니다. 삼성은 세계최대 스마트폰 메이커일뿐 아니라, 자체 SoC인 엑시노스를 대랑으로 설계·생산해 온 회사입니다. 당연히 구글과 협업이 가능하겠지요.

만약 삼성이 텐서 설계·수탁생산과 관련해 협업했다면, 삼성으로서는 두가지 큰 이득이 있습니다.

파운드리 업계의 압도적 1위인 TSMC를 추격해야 하는 삼성으로선, 구글 등 반도체 외주 시장의 큰 손이 될 ‘물주’를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단순히 파운드리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을지 모릅니다. 반도체 미세회로 경쟁의 한계 이후 벌어질 이질적인 컴퓨팅파워 경쟁, 즉 기존의 컴퓨터와 다른 AI 학습·추론에 특화된 반도체로 기술 흐름이 바뀐다는 것은, 파운드리 업체가 생산만 대신 해주는 게 아니라 구글 같은 고객사가 원하는 SoC의 설계부터 제조까지 파운드리가 관여할 영역이 더 넓어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삼성이 앞으로 주력하는 분야 중 하나인 첨단 패키징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영역이 점점 넓어질 수 있겠죠. 삼성전자가 이 시장을 선점한다면, 어쩌면 TSMC와의 장기전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스마트폰 메이커로서 삼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약간 불분명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OS·플랫폼 등 소프트웨어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결국 고성능 칩 개발을 포함, 최종 제품의 만족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엿보이거든요. 폴더블폰 등 하드웨어적인 매력을 높이는 것 외에도, 최근 스마트워치OS를 구글과 통합하기로 하는 등의 전략이 나왔듯, 국제적 파트너십을 포함한 더 장기적이고 큰 그림의 소프트·하드 통합 미래 전략이 나와준다면 좋겠습니다.

☞구글·삼성의 스마트워치 OS 통합은 ‘구글카 연합’ 신호탄?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17930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1등 전략’에 꼭 필요한 3가지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12373

구글도 그렇고 애플도 그렇지만, 결국 모바일 디바이스의 생태계가 앞으로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매끄럽게 연결되려면, 가전 등을 포함한 IoT 생태계, 결국에는 모빌리티 생태계로 확장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적으로 필요한 각 부품을 통합 제공할 역량을 가진 업체로 삼성을 따라갈 곳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역량을 잘 활용해, 구글·애플 등을 중심으로 더 격화될 OS·플랫폼·반도체·최종제품 통합능력 경쟁에서 더 큰 기회를 찾아주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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